강화도 대표 사찰 전등사와 보문사에 깃든 문화재 이야기와 전설을 소개합니다. 역사와 불교 예술의 정수를 만나는 시간.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 고요한 쉼과 함께 역사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다면, 강화도의 사찰은 그 자체로 완벽한 답이 된다. 강화도는 단순한 불교 유적지가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를 온몸으로 품은 문화재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오늘은 강화도 대표 사찰 두 곳—전등사와 보문사—에 깃든 문화재 이야기와 그 속에 숨겨진 흥미로운 전설들을 소개한다.
1. 전등사 — 고려와 조선을 품은 천년고찰
강화도 삼랑성 안에 위치한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된 사찰로, 고려시대 불교의 중심지였으며, 조선시대에도 여러 차례 중창되며 맥을 이어왔다. 이곳은 문화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주요 문화재
- 전등사 대웅전 (보물 제178호) — 조선 후기의 목조건축물로, 단정한 비례와 단청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건물.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구조이며, 내부에는 본존불과 화려한 후불탱화가 모셔져 있다.
- 철종 친필 현판 — 대웅전의 ‘전등사’ 현판은 조선 제25대 왕 철종이 직접 쓴 글씨로, 당시 강화유수로 있던 시절의 흔적이다. 왕이 직접 쓴 현판은 매우 드물어 문화적 가치가 크다.
- 삼랑성 (사적 제130호) — 전등사 외곽을 둘러싼 산성으로, 삼국시대의 성곽 양식을 보여준다. 산책로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좋은 코스다.
숨겨진 이야기
전등사에는 ‘연꽃으로 만든 법당’ 전설이 전해진다. 창건 당시 용이 이곳 연못에 있었는데, 그 연못을 메우기 위해 연꽃을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병자호란 당시 조선군이 이곳에서 진지를 구축하며 항전했던 역사도 있다. 단순한 종교시설을 넘어, 한국 전쟁사와도 연결되는 특별한 공간이다.
2. 보문사 — 해를 등지고 앉은 마애불의 기도
석모도에 위치한 보문사는 고구려시대 창건설이 전해지는 고찰로, 해수관음도량으로 특히 유명하다. 특히 절벽에 새겨진 거대한 마애불은 이곳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다.
주요 문화재
- 석모도 보문사 마애관음보살좌상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호) — 높이 약 10미터에 달하는 이 마애불은 절벽에 새겨진 상태로, 눈을 감고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느끼게 한다.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이 조형은 해와 바다, 산과 불상이 어우러진 자연+불교 예술의 정수다.
- 보문사 석조대좌 및 석등 — 경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석조유물들은 고려시대 석조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형태미를 가진다.
숨겨진 이야기
보문사는 관세음보살의 기운이 깃든 ‘영험한 절’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소원을 정성껏 빌면 이루어진다는 천수관음기도는 매년 수천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은다. 특히 새벽 기도 시간에 마애불을 마주하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감돈다. 이 절의 명상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외 강화도의 사찰 문화재 명소들
- 정수사 — 고려불상과 전통 사찰 건축이 잘 보존된 조용한 명찰
- 연등사 — 산자락에 위치한 힐링 사찰, 은은한 종소리와 함께하는 참선 공간
맺으며
강화도의 사찰은 단순히 불교 수행처가 아닌, 한국사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유산의 현장이다. 대웅전의 단청에서, 마애불의 미소에서, 그리고 천년을 견뎌온 나무의 뿌리에서 우리는 과거와 만날 수 있다. 사찰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산책이 아닌, 시간 위를 걷는 여행이다.